"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60대 남성의 두 번째 인생 [2편]
이 글은 1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1편을 먼저 읽어주세요.
저는 김정호(가명), 63살입니다.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정년퇴직 다음 날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받고 한 달 동안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때 딸이 서울까지 찾아왔습니다.
딸의 제안
딸은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고, 저에게 밥을 해줬습니다. 된장찌개와 달걀말이. 아내가 늘 해주던 메뉴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 요리 배워봐."
뜬금없었습니다. 63년 인생에서 라면 말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딸이 이유를 말했습니다.
"아빠가 엄마한테 미안한 거 알잖아. 근데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 아빠가 밥을 할 줄 알면, 엄마한테 해줄 수 있잖아. 직접 차린 밥상 앞에서 사과하면, 엄마도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솔직히, 요리를 해서 아내가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딸의 말 중에 한 가지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밥을 할 줄 알면." 저는 60년 넘게 살면서, 스스로 밥 한 끼 해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첫 번째 수업
딸이 동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남성 요리 교실'을 찾아줬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수강료는 월 3만 원이었습니다.
첫 수업 날,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저 같은 50~60대 남성이 8명 있었습니다. 다들 어색한 표정이었습니다. 앞치마를 두르는 것부터 서툴렀습니다.
첫 메뉴는 달걀프라이였습니다.
-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는 법
- 불 세기를 조절하는 법
- 달걀을 깨뜨리는 법
이것조차 처음이었습니다. 달걀을 깨다가 껍데기가 들어가고, 불이 너무 세서 가장자리가 탔습니다. 옆에 있던 분이 "나도 그래요"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 웃음이 편했습니다.
3개월의 변화
일주일에 두 번 요리 교실에 나가면서, 제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장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요리를 하려면 재료가 필요합니다. 처음으로 마트에서 장을 봤습니다. 두부가 어디 있는지, 대파와 쪽파의 차이가 뭔지, 고춧가루는 어떤 걸 사야 하는지. 60년 넘게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갔습니다.
아침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오늘 아침은 뭘 해먹지?" 하고 생각하면서 일어납니다. 간단하게 밥 짓고, 된장찌개 끓이고, 계란 반찬 하나 만드는 게 아침 루틴이 됐습니다.
사람이 생겼습니다
요리 교실 동기들과 친해졌습니다. 수업 끝나고 커피 마시러 가고, 가끔 같이 등산도 갑니다. 퇴직 후 처음으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라 서로의 마음을 잘 압니다.
요리 교실 동기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세대 남자들은 회사에서는 유능했는데, 집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었어. 이제라도 배우는 거지."
6개월 뒤, 그 전화
요리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불고기, 잡채, 달걀말이, 나물 무침까지 혼자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먹을 만한 수준이 됐습니다.
어느 날 저녁, 혼자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였습니다.
3개월 만의 전화였습니다. 심장이 뛰었습니다.
"딸한테 들었어. 요리 배우고 있다면서."
"...응."
"이번 주 일요일에 갈게. 저녁 해줄 수 있어?"
수화기를 내려놓고,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었습니다.
일요일, 첫 번째 밥상
일요일이 됐습니다. 아침부터 장을 보고 준비했습니다.
- 된장찌개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
- 달걀말이 (딸이 처음 해줬던 그 메뉴)
- 시금치 나물
- 깍두기 (이건 사왔습니다, 아직 김치는 못 담급니다)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부엌에서 된장찌개가 끓고 있는 걸 보더니, 한참 서 있었습니다.
밥상을 차리고 마주 앉았습니다. 아내가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서 먹었습니다.
"...짜다."
"알아, 아직 간 맞추는 게 어려워."
아내가 웃었습니다. 3개월 만에 처음 보는 웃음이었습니다.
그 뒤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 저와 아내의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는 3편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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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남성 요리 교실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A. 각 지역 주민센터, 구청 평생학습관,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합니다. '남성 요리 교실', '아빠 요리 교실', '시니어 쿠킹 클래스' 등의 이름으로 검색해보세요. 대부분 월 2~5만 원의 저렴한 수강료로 운영됩니다.
Q. 요리를 전혀 못하는데 시작할 수 있을까요?
A. 물론입니다. 이 이야기의 김정호 씨도 라면조차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었습니다. 요리 교실은 칼 잡는 법, 불 조절하는 법 같은 기초부터 알려줍니다. 못하는 게 당연한 곳이니 부담 갖지 마세요.
Q. 1편을 안 읽어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이 글만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김정호 씨가 왜 요리를 시작하게 됐는지 더 깊이 이해하려면 1편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Q. 3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A. 곧 올라옵니다. 된장찌개 한 그릇으로 시작된 변화, 그리고 김정호 씨와 아내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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