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 70대 황혼 1인 가구의 하루
저는 올해 일흔셋, 박순길(가명)입니다.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삽니다. 3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로 줄곧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혼자 사는 게 뭐가 제일 힘드냐고. 처음엔 저도 밤이 제일 무서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제일 힘든 건, 밥때였습니다.
빈 식탁 앞에서
아내가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그 평범한 일이, 하루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걸 말입니다.
혼자가 되고 나니 끼니가 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였고, 점심은 찬밥에 김치 하나였습니다. 저녁이라고 다를 게 없었습니다. 라면을 끓여도 절반은 남겼습니다.
가스불 앞에 서면 아내 생각이 났습니다.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 도마 두드리는 소리, "밥 다 됐어요" 하던 목소리. 그 소리가 없는 부엌은 너무 조용해서, 저는 자꾸 부엌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먹는 밥은 밥이 아니었습니다
체중이 줄었습니다. 6개월 만에 8킬로그램이 빠졌습니다. 거울 속 제 얼굴이 낯설었습니다.
밥을 안 먹으니 기운이 없고, 기운이 없으니 더 안 움직이고, 안 움직이니 입맛이 더 없어졌습니다. 악순환이었습니다.
명절에 아들 내외가 다녀가면 그제야 제대로 된 밥상을 받았습니다. 그날만큼은 밥이 달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떠나면 식탁은 다시 비었습니다. 저는 그 빈자리를 견디지 못해, 며칠씩 끼니를 건너뛰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저는 사는 게 무겁고 귀찮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차리는 밥이 아니라, 그저 죽지 않으려고 먹는 밥. 그건 밥이 아니라 약 같았습니다.
경로당 점심 한 끼
변화는 아주 사소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같은 동에 사는 옆집 어르신이 어느 날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박 선생, 경로당에서 점심 같이 먹읍시다. 혼자 끓여 먹지 말고."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낯선 사람들 틈에 끼는 게 불편했고, 신세 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르신은 사흘을 연달아 찾아왔습니다. 결국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습니다.
경로당 점심상에는 밥과 국, 나물 두어 가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화려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럿이 둘러앉아 먹으니, 그 평범한 밥이 이상하게 따뜻했습니다. 옆자리 어르신이 "더 들어요" 하며 반찬을 밀어주었습니다. 누군가 제 밥그릇을 챙겨준 게 얼마 만인지 몰랐습니다.
그날 저는 밥 한 공기를 다 비웠습니다. 3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작은 약속이 만든 하루
그 뒤로 저는 경로당 점심에 빠지지 않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점심 약속 하나가 제 하루를 바꿔놓았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려면 아침에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경로당까지 걸어가니 자연히 운동이 됩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전이 금세 갑니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 한 끼만 차리면 됩니다. 그 한 끼는 이제 라면이 아닙니다. 경로당에서 배운 대로 밥을 안치고, 찌개를 끓입니다. 여전히 서툴지만, 더는 부엌이 무섭지 않습니다.
요즘은 동 주민센터에서 알려준 어르신 도시락 지원도 신청해 두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날에는 도시락이 집까지 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저는 일흔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혼자여도 괜찮습니다
저는 여전히 혼자 삽니다. 아내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건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제 압니다. 혼자 사는 것과 외롭게 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끼니를 함께할 사람이 있고, 오늘 갈 곳이 있고, 누가 내 안부를 물어준다면, 혼자여도 하루는 살아집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빈 식탁 앞에서 끼니를 건너뛰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가까운 경로당이나 주민센터에 한 번만 발걸음을 해보십시오.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됩니다. 점심 한 끼, 그거면 충분합니다.
저도 그 한 끼에서 다시 시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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