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 일흔에 스마트폰을 배운 이야기
저는 올해 일흔하나, 윤복녀(가명)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글을 써서 보내고, 손주들 사진을 매일 들여다보지만, 1년 전만 해도 저에게 스마트폰은 그저 '전화기'였습니다.
전화 받고, 전화 걸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작은 화면이 무서웠습니다
자식들이 명절마다 새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매번 손사래를 쳤습니다.
"나는 이거면 돼. 복잡한 거 못 배워."
사실은 무서웠습니다. 화면을 잘못 누르면 큰일이 날 것 같았고, 모르는 글자가 뜨면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가족 단체 대화방에 사진이 올라와도 저는 열어볼 줄을 몰랐습니다. 다들 웃고 떠드는데 저만 그 안에서 조용했습니다.
명절에 모이면 자식들과 손주들은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멀뚱히 앉아 있었습니다. 한집에 있어도, 저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손주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봄, 중학교 2학년인 손주 지호가 우리 집에 며칠 머물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지호가 제 옆에 앉더니 말했습니다.
"할머니, 제가 스마트폰 가르쳐 드릴게요. 천천히 하면 돼요."
저는 또 손사래를 쳤습니다. 늙은이가 무슨 그런 걸 배우냐고. 그런데 지호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저도 처음엔 다 몰랐어요. 누가 가르쳐 줘서 안 거예요."
그 말에 마음이 풀렸습니다. 그래, 한번 배워나 보자. 안 되면 그만이고.
한 번에 하나씩
지호는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첫날은 글씨 크게 만드는 법만 배웠습니다. 화면 속 글씨가 커지자 세상이 환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안 보여서 못 한 거였구나, 싶었습니다.
둘째 날은 사진 보는 법, 셋째 날은 가족 대화방에서 사진에 '하트' 누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호는 제가 같은 걸 열 번을 물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습니다. 작은 수첩에 순서를 큼직하게 적어주기도 했습니다.
"이거 봐요, 할머니. 여기 누르고, 여기 누르면 돼요."
손주의 손가락을 따라 제 손가락이 움직였습니다. 서툴렀지만, 하나씩 되는 게 신기했습니다.
화면 너머로 이어진 정
지호가 집으로 돌아간 뒤, 저는 혼자서도 연습했습니다.
처음으로 가족 대화방에 글을 올린 날을 잊지 못합니다. "다들 밥은 먹었니"라는 짧은 한 줄. 그런데 1분도 안 되어 답장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부산 사는 딸, 직장 다니는 아들, 그리고 지호까지.
그날 저는 한참을 화면만 들여다보며 웃었습니다.
이제 저는 매일 아침 손주들 사진을 봅니다. 지호가 학교에서 상 받은 사진, 멀리 사는 손녀의 운동회 사진. 예전 같으면 명절에야 들었을 소식을, 이제는 그날그날 압니다.
영상통화도 합니다. 얼굴을 보며 "밥 잘 챙겨 먹어라" 한마디 건네는 것. 그 별것 아닌 일이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요즘은 동네 주민센터에서 어르신 스마트폰 교실을 연다는 안내를 보고 등록도 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또래들과 함께 사진을 정리하고, 날씨를 찾아보고, 버스가 언제 오는지 확인하는 법을 배웁니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을, 같이 배우니 두렵지 않았습니다.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가끔 또래 친구들이 묻습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배웠냐고.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한 번에 하나씩만 배웠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못 배운다고 미리 포기하지 않았다고.
스마트폰을 배운 게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작은 화면이 멀어졌던 가족을 다시 이어준 다리였습니다.
손주가 저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쳐 주었지만, 저는 그 시간에 더 큰 것을 배웠습니다. 일흔이 넘어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만 있다면 누구든 다시 세상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혹시 지금 '나는 못 해'라며 미루고 계신 분이 있다면, 가까운 손주에게, 혹은 자녀에게 한번 부탁해 보십시오. "나도 좀 배워보자"고.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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